

우리 동네에서 50대 고독사로 남겨진 이야기가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어. 사람들 말로는 냉장고 옆에 남겨진 유품들이 의외로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해. 약봉지가 냉장고 속에서 자꾸 눈에 띈다더라. 그런 작은 물건들이 이분의 생활을 비추는 창처럼 느껴지기도 해.
또 어떤 이는 빈 여권을 챙겨 두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새 정장구두가 새삼 눈에 밟힌다더라. 그런 물건들을 보면 젊은 시절의 꿈이나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던 의지가 떠오르는 걸까. 로또용지 같은 건 왜 그리 소중하게 남겨 두었는지, 뭔가 포기하지 않으려는 흔적 같기도 해. 마음 한켠으로는 그동안의 외로움이 이렇게 남겨진 채 뭉쳐버린 게 아닐까 싶은데, 확신하긴 어렵다.
아무도 확답을 내리진 못하지만, 남겨진 앨범이나 한때의 기록들이 우리에게도 무언가를 남겨둔 건 분명해. 누가 봐도 가볍지 않은 상실감이었을 텐데, 왜 이토록 작은 물건들이 우리 곁에 남아 있는지 궁금해져. 외로운 죽음의 그림자가 우리 동네를 스쳐 지나가듯 느껴질 때가 있어. 다들 각자 생각이 다를 뿐, 끝내 아무 것도 단정짓지 말아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면서, 오래된 유품들의 이야기가 더 오래 남아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