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남편에게 모든 걸 허락받아야 하는 삶이 버겁다는 느낌이 커진다. 가전 하나를 고를 때조차 내 의사보다 남편의 동의가 먼저고, 장보기 목록도 무조건 상의 후에야 움직인다. 몰래 산 물건이 들통나면 큰 소리로 다투게 되고, 그때마다 내가 뭔가 잘못한 것처럼 몰아붙는 말투가 남는다. 이 정도면 작은 일상마저도 전쟁의 구석처럼 느껴진다.
가사 통제까지 포함해 가정의 의사결정권은 거의 남편 쪽으로 기울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집 안 인테리어나 휴가 계획, 외식 메뉴까지도 내가 말해도 반영되기보다 그의 취향이 먼저다. 예산 관리도 마찬가지라 내 통장에는 거의 손도 못 대고, 쓰는 것도 남편이 확인하고 승인해줘야 한다는 압박이 매일 따라다닌다. 때로는 작은 말 한마디로도 내 존재감을 낮추려드는 분위기가 느껴져서, 가족 간의 존중은 어디에 숨었는지 헛헛하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어떻게 시작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독립은 커녕 일상의 작은 자유마저도 누군가의 허락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지친다. 서로의 필요를 존중한다는 말은 쉽게 나오는데, 현실은 가정 내 역할이 제자리에서 맴도는 느낌이라 종종 의심까지 든다. 그래도 갑질이라 느껴지는 부분이나 경제권의 불균형 같은 핵심 키워드를 떠올리며, 언젠가 이 대화를 할 용기가 생길지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