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깍새 아닌가?
깍쇠는 뭐여 돌쇠 친구냐.
헤어 디자이너를 미용사라고 부르면 낮춰 부르는 셈이라는 글을 방금 봤다. 글쓴이는 현직자들끼리는 디자이너님이라고 부른다며, 미용사는 이발사처럼 낮은 표현이라고 했다. 헤어 디자이너와 미용사가 다른 직업명인 줄 알았는데, 그냥 영어와 한국어 차이로 알고 있던 사람도 많아 보였다.
나도 처음엔 미용사는 미용사라고 부르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네일아티스트를 손톱관리사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비교도 있었는데, 그건 사람들이 익숙한 호칭을 쓰는 문제에 더 가까워 보인다. 상대를 깎아내리려고 미용사라는 단어를 고른 게 아닌데, 단어 자체에 낮춤의 뜻을 붙여버리면 대화가 너무 피곤해진다.
특히 이 논쟁에서 제일 웃겼던 건 대체 호칭으로 깍새, 바리깡, 이발병 같은 말이 튀어나온 부분이다. 미용사라는 말이 정말 모욕이라면 깍새 정도는 돼야 확실한 낮춤말 아닌가 싶다. 그런데 용사님이라고 불러달라는 식의 농담까지 붙으니, 원래 문제보다 호칭에 예민하게 굴었던 장면이 더 크게 남는다.
영어 직함을 붙이면 더 전문적으로 들리는 분위기가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요리사보다 셰프, 정비사보다 엔지니어가 멋있게 느껴지는 식이다. 단어가 영어냐 한국어냐에 따라 사람의 실력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한국어 직업명은 투박하고 영어 이름은 고급스럽다는 식으로 굳어버렸다.
그래도 손님이 선호하는 호칭을 알려주면 그걸 맞춰주는 건 어렵지 않다. 다만 미용사를 미용사라고 부른 사람까지 무례한 사람으로 몰아갈 일은 아닌 듯하다. 디자이너라는 말을 듣고 싶은 마음과, 남이 그걸 몰랐다는 사실은 별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