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에서 다음 곡을 찾으려고 빨리 감기를 누르고, 감으로 멈추던 시절이 있었다. 조금 지나쳤다 싶으면 다시 뒤로 감기. 그러다 또 놓치고. 노래 하나 넘기는데 손가락과 귀와 운이 전부 필요했다.
그런데 소니의 고급 카세트 플레이어에는 버튼 하나로 다음 곡을 찾아주는 기능이 있었다. 테이프를 무작정 끝까지 돌리는 게 아니라 곡 사이의 무음 구간을 감지해서 알아서 멈추는 방식이다. 카세트가 갑자기 유튜브 재생목록처럼 움직이는 순간임. 이걸 그 시절에 회로로 구현했다는 게 제일 신기하다.
생각해보면 꽤 허술한 방식이기도 하다. 곡과 곡 사이에 조용한 구간이 있어야 하니까, 이어지는 곡은 다음 곡으로 인식하지 못했을 것 같다. 실제로 곡이 끊기지 않고 바로 이어지는 앨범에서는 중간에 멈춰버리는 일이 있었다니 웃긴다. 음악을 잘 듣는 기능인데 음악 구성 때문에 오작동하는 셈이다.
그래도 이런 사소한 불편을 먼저 잡아낸 게 대단하다. 지금이야 버튼 한 번이면 곡을 넘기지만, 당시에는 테이프 안에 기록된 소리의 빈틈을 찾아야 했다. 빨리 감기 소리를 들으며 이쯤인가 고민하던 사람 입장에서는 꽤 큰 신기능이었을 듯하다.
카세트 얘기를 보다 보니 이어폰에 리모컨이 달린 것만으로도 고급품 취급을 받던 시절까지 같이 떠오른다. 액정이 붙은 모델도 있었고, 음질을 따지는 사람들은 리모컨 없는 이어폰을 따로 찾았다니 지금 기준으로는 정말 다른 세계다. 테이프가 늘어지면 냉동실에 넣는 꿀팁까지 있었던 시대에, 곡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기능은 거의 마법처럼 느껴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