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접 현장에서 50대 후반 사람들이 처음 보는 작업자에게 다가가 혹시 사람을 구하느냐고 묻는다는 대목에서 멈췄다. 그런데 이력서를 들고 온 사람들 대부분이 용접이나 화기작업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일자리를 찾는 절박함은 큰데, 막상 들어갈 수 있는 현장 경험은 없는 상태다. 이 장면이 꽤 무서웠다.
50대가 되면 자격증도, 직장 경력도, 심지어 학위도 갑자기 힘을 잃는다는 말이 과장처럼 안 느껴진다. 오버스펙이라서 안 뽑고, 경험이 없어서도 안 뽑는다. 남는 선택지가 요양보호사, 경비, 청소, 식당, 택배 같은 일이라는 이야기도 반복된다. 이런 일들이 나쁘다는 뜻은 아닌데, 평생 해온 일과 전혀 다른 일을 쉰 가까이에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더 답답한 건 이 세대가 위로도 아래로도 밀려 있다는 느낌이다. 정책 이야기는 청년 아니면 노인으로 흘러가는데, 40~50대는 아직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본인도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 집이 있다고 해서 모두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실직하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시기인데 정작 본인 일자리가 사라지면 버틸 카드가 별로 없다.
그렇다고 청년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쪽으로 가면 이상하다. 2030과 4050이 서로 더 힘들다고 싸울 일이 아니라, 월급 실수령액이 비슷한 사람들이 세대 이름만 달고 갈라지는 모양새가 됐다. 문제는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는 서운함이 실제 고용 불안과 겹쳐 있다는 점이다. 정치 싸움으로 번질수록 정작 용접 현장 앞에서 사람을 구하느냐고 묻는 그 장면은 사라진다.
몇 달 일하고 실업급여를 타려고 논다는 식으로 4050 전체를 몰아붙이는 것도 너무 편한 판단 같다. 일하고 싶은데 들어갈 문이 없는 사람과, 힘든 일을 피하는 사람을 한꺼번에 묶을 수는 없다. 내 눈에는 지금 4050 취업난의 핵심이 게으름이 아니라, 경력은 넘치는데 그 경력을 써줄 자리가 사라진 데 있다. 50대가 용접을 처음 배워야만 다시 일할 수 있는 사회라면, 그건 개인의 문제로만 넘길 일이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