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음시설이나 장비라도 제대로 갖추고하던가왜 남한테 피해를 주고 사냐
8개월 치 신음소리 녹음 파일을 모아둔 사람이 있다. 빌라에서 성인방송을 하는 사람이 내는 소리를 참다 못해 남긴 글인데, 여기서 제일 무서운 건 소리 자체보다 그 소리를 매일 듣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내용을 읽다 보니 한쪽에서는 방송을 하고, 끝나면 새벽에 쿵쿵거리며 걷는 장면이 그려진다. 반나절은 춤추고 소리를 내고, 나머지 반나절은 바닥을 울리며 돌아다닌다는 식이다. 방송용 리액션인지 실제 감정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옆집 사람 입장에서는 구분할 이유도 없다. 그냥 벽 너머에서 계속 들리는 소리일 뿐이다.
특히 녹음을 8개월이나 했다는 대목에서 멈칫했다. 처음에는 증거를 모으려고 했을 수도 있고, 나중에는 너무 똑같아서 녹음조차 안 하게 됐을 것 같다. 같은 소리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선명하게 기억될 때가 있다. 가짜로 내는 소리라서 더 역겹다는 말도 이해는 간다. 듣는 사람에게는 진짜냐 가짜냐가 아니라, 원치 않는 소리가 집 안까지 들어오는 게 문제니까.
그런데 글쓴이도 중간중간 표현이 세긴 하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말이나 초등학교 얘기까지 꺼내는 순간, 층간소음 항의문이라기보다 감정이 이미 한참 쌓인 사람의 폭발에 가까워진다. 그래도 예민하다고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빌라는 혼자 사는 공간이 아니고, 방송한다고 옆집까지 방송에 출연시키면 곤란하다.
방음이 안 되는 곳에서 성인방송을 하는 것과, 그 일을 이웃에게 강제로 들려주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춤을 추든 리액션을 하든 본인 자유겠지만 새벽 쿵쿵거림까지 묶이면 자유라는 말로 덮기 어렵다. 이 집에서는 방송을 하는 사람보다 듣고 있는 사람이 더 오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