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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 등본 같은 서류를 전국 어디서나 같은 방식으로 뗄 수 있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지역마다 양식이 다르다는 말이 잘 안 와닿았다. 한두 군데가 다른 것도 아니고 1741곳이면 디지털청이 생겨도 시작부터 통합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 버튼을 누르면 일이 빨라지는 단계가 아니라, 버튼을 누를 수 있게 서류부터 다시 맞춰야 하는 셈이다.
마이넘버 카드 이야기도 나왔는데, 여기서 일본의 문제가 더 크게 느껴졌다. 카드 하나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행정 시스템끼리 서로 알아듣게 만드는 일이 훨씬 어려워 보인다. 겉으로는 카드와 디지털청이 있어도 안쪽 양식이 제각각이면 결국 사람이 중간에서 확인하고 다시 입력해야 한다.
일본이 아날로그적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닌 것 같다. 다만 이걸 단순히 일본 사람들이 옛날 방식을 좋아해서 그렇다고만 하면 조금 부족하다. 각 지역의 방식을 오래 유지하면서 생긴 구조가 너무 커져서, 이제 와서 하나로 묶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 것 아닐까 싶다. 익숙한 불편이 시스템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더 묘하다. 기술이 없는 나라의 정체가 아니라, 기술은 있는데 행정이 그 기술을 받아들일 모양으로 정리되지 않은 나라의 정체다. 새 장비를 들여놓는 것보다 서식 하나를 통일하는 일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제일 웃프다. 일본의 디지털 전환을 막는 건 컴퓨터가 아니라, 각자 따로 굴러온 1741개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