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료 두 잔을 주문해놓고 네 시간 뒤에 확인한 손님이 가게에 전화를 걸어 얼음이 다 녹았다고 항의했다. 여기서부터 이미 좀 이상했는데, 통화 내용은 더 이상했다. 가게 쪽에는 정해진 시간 안에 배달이 완료됐고, 기사도 벨을 누르고 문자를 보냈다고 확인한 상태였다.
손님은 벨소리도 못 들었고 문자도 없었다고 했다. 주문해놓고 잠들 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럴 수는 있다. 그런데 네 시간 뒤에 확인한 음료 상태를 가게 책임으로 돌리면서 사과와 대처를 요구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늦게 확인한 이유가 손님 쪽에 있다면, 적어도 먼저 그 부분부터 설명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제일 당황스러웠던 건 중간중간 들리는 웃음소리였다. 가게 사장이 배달 완료 내역과 기사 확인 내용을 말하는데 옆에서 계속 웃는다. 남자 사장이 전화를 넘겨받은 뒤에도 통화가 정리되기는커녕 다른 남성까지 끼어든다. 결국 사장 쪽에서 비웃는 거냐고 묻고 전화를 끊는다. 이건 항의 전화라기보다 여러 사람이 한 가게를 몰아붙이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더 답답한 건 사장 부부가 전화를 끊고도 별점 테러나 동네 소문을 걱정했다는 부분이다. 사실관계를 확인해도 손님이 마음먹고 문제를 키우면 가게가 감당해야 할 게 너무 많다. 비대면 배달은 편하지만, 벨을 눌렀는지 문자를 보냈는지 서로 기억이 엇갈리는 순간 책임이 공중에 뜬다. 이런 경우에는 가게도 주문한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사님이 정말 벨을 눌렀는지는 영상 같은 확실한 자료가 없으면 내가 단정할 수 없다. 그래도 주문 시각과 확인 시각만 놓고 보면 가게가 사과해야 할 장면은 아닌 것 같다. 음료가 녹은 건 사실일 텐데, 그 네 시간이 누구의 책임인지부터 따져야 했다. 장사하는 사람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음식값보다도, 억울한데도 일단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상황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