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팩트체크가 중요하긴해
한국 학생들이 인터넷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고 과학적 근거를 찾는 능력에서 세계 1위라는 그래프를 봤다. 제목만 보면 꽤 그럴듯하다. PISA에서도 한국은 읽기·수학·과학이 2000년 첫 시행 이후 계속 최상위권이었다고 붙어 있다.
그런데 이걸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가짜뉴스였다. 출처 확인을 잘하는 학생들이 자란 사회에서 왜 스캠이나 사이비, 허술한 선동에는 또 그렇게 쉽게 끌려갈까. 공부를 잘하는 것과 내가 믿고 싶은 내용을 의심하는 건 완전히 다른 능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프의 항목도 좀 묘하다. 출처를 확인하고 과학적 연구를 참고하는지, 출처는 확인하지만 상식에 기대는지, 아예 확인하지 않는지로 나뉘어 있다. 이건 실제로 정확한 정보를 골라내는 능력이라기보다, 확인하려는 태도나 빈도를 묻는 조사에 가까워 보인다. 많이 의심한다고 반드시 잘 걸러내는 건 아니니까.
더 웃긴 건 팩트체크를 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에도 이미 편향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내가 싫어하는 쪽의 기사만 검증하고, 믿고 싶은 쪽은 제목과 첫 줄만 보고 넘길 수 있다. 반대로 상대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려고 자료를 찾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출처 확인은 진실을 찾는 도구가 아니라 싸움의 무기가 된다.
그래서 한국 학생들이 1위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조금 더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적어도 출처를 확인해야 한다는 감각은 강한데, 그 다음 단계인 ‘내가 믿고 싶은 내용도 확인하기’까지 잘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 그래프 자체도 출처를 한 번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