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녀평등 그 자체네
데이트 한 번 하고 삼겹살 3만2500원, 우산 2000원, 하리보젤리 1500원까지 전부 합쳐 10만8000원. 그리고 정확히 반으로 나눠서 5만4000원을 보냈다. 모텔비 같은 건 없고, 주차비와 대리비까지 들어간 내역이다.
처음엔 그냥 데이트 비용을 반반 냈다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하리보젤리까지 정산 목록에 들어가 있는 걸 보고 멈췄다. 내가 젤리를 몇 개 먹었는지까지 나중에 따질 수도 있는 구조인데, 그 단계까지는 안 간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더 웃긴 건 그다음 대화다. 자기야 어제 데이트 비용 정산해줘, 방금 보냈어, 고생했어요. 연인끼리 주고받는 말인데 중간에 영수증 처리 담당자와 송금 확인자가 같이 있는 느낌이다. 낭만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도 이해되고, 반대로 한 사람이 계속 계산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편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반반 자체가 이상하진 않다. 둘 다 동의하고 서로 부담 없이 만나는 방식이면 끝이다. 다만 이건 데이트 통장에 미리 돈을 넣어두는 것도 아니고, 다음 날 사용 내역을 하나씩 털어서 보내는 방식이라 꽤 피곤해 보인다. 삼겹살과 술값은 물론이고 우산과 젤리까지 나누면, 계산이 공평해지는 대신 만남이 조금씩 장부처럼 변할 것 같다.
예전엔 남자가 더 내는 게 당연했다는 기억과, 요즘은 각자 먹은 만큼 내는 게 당연하다는 감각이 부딪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나는 누가 더 내야 한다고 정해진 건 싫지만, 하리보 1500원까지 포함된 정산 메시지를 받으면 연애를 잘하고 있는 건지 회계 처리를 잘하고 있는 건지 잠깐 헷갈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