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동안 캐릭터 뒤에 있던 버튜버가 얼굴을 공개했는데, 그 직후 한국에서 갑자기 유명해졌다. 본인은 왜 한국인 구독자가 확 늘었는지도 몰랐다가, 자기 얼굴 공개 영상을 다룬 한국어 영상이 조회수 130만 회를 찍은 걸 보고서야 상황을 파악했다. 이 전개부터 좀 웃겼다. 정작 본인은 해외에서 방송하다가 한국에서 터진 이유를 한참 뒤에 알게 된 셈이다.
더 재밌는 건 얼굴 공개 영상의 분위기다. 원래 흰 머리 아바타로 4년을 활동했는데, 실제 얼굴이 아바타와 생각보다 꽤 닮았다고 한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튀어나온 게 아니라서 그런지, 정체가 들통난 느낌보다는 캐릭터의 바깥쪽 모습이 하나 추가된 느낌에 가깝다. 이건 얼굴 공개 뒤에 흔히 생기는 어색함이랑 좀 다르다.
한국어 영상에는 좋아요가 3만 개 넘게 붙었고, 본인이 직접 확인한 영상에는 3만 8천 개나 달려 있었다. 사람들이 앤 해서웨이나 한국 배우를 떠올렸다는 대목은 솔직히 과장이 섞였을 것 같지만, 적어도 얼굴 때문에 크게 실망한 분위기는 아니었던 듯하다. 오히려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식의 과한 칭찬까지 붙었다.
물론 턱을 두고 이상한 별명을 붙이거나, 4년 동안 얼굴을 아껴두고 이제야 꺼냈다는 식의 농담도 있었다. 버튜버 얼굴 공개를 기다리며 머릿속으로 온갖 이미지를 만들어놨다가 실제 얼굴을 보니 더 난리 난 모양이다. 그중에는 아바타 제작비를 아꼈다는 말도 있었는데, 이건 칭찬인지 놀림인지 애매해서 더 웃겼다.
얼굴을 공개한 뒤에도 예전 아바타 영상을 지우지 않고, 페이스캠으로 리액션을 하거나 직접 케이크를 만드는 식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내 생각엔 이게 진짜 반전이다. 예전 캐릭터를 버리고 현실로 갈아탄 게 아니라, 4년 동안 만든 캐릭터 위에 본인 얼굴을 그냥 하나 더 얹어버렸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넘어가면 얼굴 공개를 굳이 숨길 이유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