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네들이 물건 사 놓고 적자라고 난리치는 건 대체 심보야?
10달러짜리 햄버거를 샀더니 식당과 무역적자가 10달러 생겼다는 비유를 봤다. 햄버거를 손에 들고 있는데 돈이 빠져나갔으니 손해라는 식이다. 이건 가계부 감각으로는 바로 이해되는데, 국가 간 거래에 갖다 놓는 순간 좀 이상해진다. 나는 햄버거를 얻었는데 왜 햄버거 값 전체를 잃은 돈처럼 부르는지부터 걸렸다.
물론 적자라는 단어가 괜히 불안하게 들리는 건 알겠다.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다는 수치는 따져볼 만하다. 그런데 그 숫자만 들고 매년 수백억 달러를 잃었다고 말하면, 미국이 그동안 캐나다에서 물건을 공짜로 빼앗긴 것처럼 들린다. 실제로는 돈을 내고 필요한 물건을 산 거래인데 말이다. 그렇게 싫으면 수입품을 안 사거나, 상대가 사고 싶어 하는 물건을 더 만들어 팔면 된다.
더 웃긴 건 미국의 돈이 달러라는 점이다. 미국이 물건을 사면서 건넨 달러는 다른 나라에 쌓이고, 그 돈이 다시 미국 자산이나 미국 상품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가능하다. 달러가 기축통화라서 생기는 이점까지 감안하면, 햄버거 하나 사고 지갑만 털린 사람의 비유와는 꽤 다르다. 내 생각엔 여기서 달러를 바깥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일부러 빼고 손실만 강조한 것 같다.
그렇다고 무역적자가 무조건 아무 문제 없다는 뜻은 아니다. 돈을 계속 풀면 물가 부담이 생길 수 있고, 국내 산업이 약해지는 문제도 따로 볼 일이다. 다만 그건 햄버거를 얻었으니 거래가 끝났다는 말 하나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반대로 적자라는 단어 하나로 수입 전체를 손해 처리하는 것도 너무 편한 계산이다.
이 논리대로면 무역흑자는 햄버거를 남에게 주고 돈만 받은 상태인가. 그러면 흑자국은 매년 먹을 걸 빼앗기고 있는 셈인데, 이상하게 그쪽에서는 이런 표현을 잘 안 쓴다. 결국 햄버거가 문제라기보다, 돈을 내고 물건을 산 일을 국가가 돈을 잃었다고 포장하는 방식이 더 거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