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살에 3억을 모은 남자친구를 두고 “3억밖에 없다”며 파혼을 고민하는 글을 방금 봤다. 남친은 공기업에 다니고 실수령이 400만 원 정도라는데, 서울에서 평생 집을 못 살 것 같다는 이유였다. 여기서 이미 내 상식이 잠깐 멈췄다. 3억이 적다는 말부터가 너무 세다.
더 웃긴 건 글쓴이에게 “그럼 너는 얼마 있냐”고 묻자 내 얘기가 왜 나오냐고 받아친 부분이다. 남자친구의 자산은 결혼 조건이고 자기 자산은 왜 공개해야 하냐는 식인데, 이건 기준이 너무 한쪽으로만 기울어 있다. 상대에게 서울 집을 요구하면서 본인 숫자는 사생활인 건가 싶었다.
댓글에 나온 교육청 드립도 터졌다. 누가 현실적으로 파혼하라고 하자, 교육청 계정으로 보이는 사람이 끼어들었고 거기에 교육청에도 역병이 도냐는 말이 붙었다. 맥락만 보면 갑자기 직장 단체 채팅방에 잘못 들어온 사람처럼 흘러간다. 원래 질문보다 이 짧은 공방이 더 기억에 남았다.
31살에 실수령 400 정도 받으면서 3억을 모았다는 대목도 사람들을 멈춰 세웠다. 부모 지원이나 투자 같은 배경이 있는지는 글에 없어서 정말 가능한 계산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한 건, 그 금액을 두고 “밖에”라고 쓰는 순간 자랑인지 고민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점이다. 일부러 남자친구를 올려치우려고 만든 글처럼 보일 여지도 있겠다.
파혼하라는 말까지 쉽게 나오는 것도 좀 이상했다. 3억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이미 자산표의 숫자로만 보고 있는 느낌이라면 그 결혼은 오래 버티기 힘들 것 같다. 다만 이 글이 진짜 고민인지, 남자친구 자랑을 가장한 어그로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자랑이라면 꽤 성공했고, 고민이라면 3억보다 더 큰 문제가 이미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