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호소한 남자가 실형 2년 6개월을 살았다. 내가 본 내용에서 제일 먼저 멈춘 대목이다. 하지 않은 일로 판결을 받고 바로 감옥에 갔다는 말이 너무 세서, 한 번 더 읽었다.
더 답답했던 건 판결문에 적힌 논리다. 여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그럴 수 있다는 취지였다. 진술이 흔들리면 의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여기서는 시간이 그 흔들림의 이유가 돼버렸다. 이러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뭘 더 내야 빠져나갈 수 있는지 감도 안 잡힐 것 같다.
영상 속 남자는 많이 울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고 했다. 억울해서 우는 사람을 보는 건 흔한 일이지만, 하지 않은 범죄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실제로 옥살이까지 했다는 장면은 웃고 넘길 수가 없었다. 자기가 결백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상황이었을 것 같다.
이런 사건에서 CCTV를 찾고, 기록을 모으고, 수사기관이 움직이게 만드는 부담까지 당사자에게 넘어가면 정말 이상하다. 신고한 쪽의 말은 시간이 지나며 달라질 수 있다고 받아주면서, 반대쪽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완벽한 대응을 요구하는 셈 아닌가. 판결이 틀렸을 때 판사와 검사도 아무 책임 없이 지나가면 비슷한 판단이 반복될 것 같다.
성범죄를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과, 진술만으로 사람을 가둘 수 있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한쪽을 보호하려고 만든 장치가 다른 쪽 인생을 통째로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점이 무섭다. 판결문 마지막의 몇 문장이 한 사람에게는 2년 6개월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