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투병 중인 어머니가 아들에게 남긴 영상이 20개나 있었고, 그중 하나는 아들의 결혼식에서 틀어달라는 영상이었다. 잘 커줘서 고맙다, 하늘에서 응원하겠다, 좋은 남편이 되라는 내용까지 직접 남겨둔 영상이라고 한다. 이걸 읽고 처음엔 나도 멈칫했다. 결혼식장에서 틀면 신랑과 아버지가 울고 식장 분위기가 슬퍼질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글쓴이가 그 영상을 죽은 사람 영상이라고 표현한 순간 마음이 확 식었다. 남자친구가 매년 생일마다 보던 영상이고, 어머니가 아픈 몸으로 아들을 위해 찍어둔 영상이다. 거기에 예비 며느리에게 잘해달라는 말까지 들어 있다. 영상을 보고 감동할지, 울지, 결혼식에서 틀지 말지는 고민할 수 있는데 그 사람을 결혼식의 방해물처럼 보는 건 너무 다르다.
물론 아버님이 신랑 몰래 서프라이즈로 틀어달라고 한 건 조심스러운 부탁이긴 하다. 결혼식은 두 사람이 함께 정하는 자리니까, 예비신랑에게 먼저 물어보는 게 맞았을 것 같다. 아버님도 아들의 반응을 걱정해서 며느리에게 먼저 부탁한 듯한데, 이건 나중에라도 셋이 상의했어야 했다.
그래도 내가 그 입장이면 영상 자체가 싫지는 않을 것 같다. 식장이 울음바다가 될 수는 있어도, 아픈 어머니가 끝까지 준비한 마지막 인사를 결혼식에 함께 들이는 일이니까. 신랑이 울면 잠깐 손잡아주는 게 그렇게 억울한 일인가 싶다. 결혼식에서 한 사람이 계속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잘 모르겠다. 둘이 결혼하는 날이고, 가족이 되는 날인데.
정말 부담스러웠다면 영상은 식장에서 틀지 말고 결혼 전후에 남자친구와 같이 보는 방법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글에서 제일 무서운 건 영상 재생 여부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어머니를 대하는 말과 태도다. 이걸 남자친구가 알게 된다면 결혼식 영상보다 먼저 다른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