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다닌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권고사직을 당한 43살 가장이 5개월째 백수라는 영상을 봤다. 처음 잘렸을 때는 가을쯤이면 다시 일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면접 한 번 보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는 식의 전언은 빼고, 화면에 잡힌 상황만 봐도 충분히 막막했다. 가족이 있는 사람이 소득 없이 몇 달을 버티는 장면이었다.
그나마 들어온 일자리 조건을 보다가 멈췄다. 세전 224만 원에 연장근무와 휴일근무까지 하면 260만 원 정도. 다른 곳은 주 4일이면 250만 원, 주 5일이면 300만 원인데 주말 고정근무에 밤 11시까지 일하는 날도 있다. 숫자만 보면 일자리가 있긴 한데,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걸 받고 생활이 굴러갈지 모르겠다.
더 이상했던 건 40대 가장이 몇 달 동안 취업 준비를 했는데도 첫 면접조차 늦게 잡혔다는 점이다. 일을 구하는 과정이 이렇게 길어지면 돈만 없어지는 게 아닌 것 같다. 아이 방학에 같이 놀아주겠다는 계획도 틀어지고, 백수가 되면 시간을 마음껏 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람 구실부터 신경 쓰게 되는 모습이 남는다. 돈보다 먼저 무너지는 게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했다.
월급 500만 원, 600만 원을 받던 사람도 회사에서 잘리는 순간 소득이 0원이 된다. 그 사이를 버틸 부업이나 다른 수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여기서 나온다. 돈을 더 벌자는 얘기보다, 한 줄 끊겼을 때 전부 같이 끊기지 않게 하자는 쪽에 가깝다. AI가 빠르게 일자리를 바꾸는 상황까지 겹치면 이런 사례가 더 흔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어떤 일이든 일단 시작해야 한다는 말도 맞을 텐데, 밤 11시까지 일하고 주말도 묶이는 조건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40대 가장의 선택지는 너무 좁다. 5개월을 버틴 끝에 남은 게 ‘아무 일이나 하겠다’는 말이라면, 그건 취업이 어려운 정도를 넘어선 문제처럼 느껴진다. 직장에서 잘리는 순간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월급이 아니라 다음 달을 상상할 여유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