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의 신용보증단 이냐고..

마피아가 돼지고기 밀매의 안전거래 서비스처럼 중간에 끼어든다. 처음 읽고 이 조합이 제일 황당했다. 도매상은 세금과 각종 비용을 아끼려고 몰래 물건을 팔고 싶고, 소매상은 그 돼지고기가 상했는지 아닌지 믿기 어렵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계약서나 검사, 법원이 맡을 일을 마피아가 맡는 셈이다.
도매상 입장에서는 돈을 떼먹힐까 걱정이고, 상인 입장에서는 나쁜 고기를 받고 당할까 걱정이다. 그래서 둘 다 피조를 내고 마피아를 사이에 둔다. 누가 사기를 치면 폭력으로 바로 응징한다는 조건이 붙으니, 이상하게도 거래 자체는 더 편해진다.
안전거래 서비스라는 말이 떠오르긴 했다. 물론 수수료 대신 보호비를 내고, 분쟁 해결 방식이 경찰이나 법원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점에서 끔찍하게 다르다. 그래도 작동 원리만 떼어놓고 보면 신뢰를 돈 주고 사는 구조다. 서로를 믿을 수 없으니 제3자의 강제력을 빌리는 것임.
문제는 이게 불법 거래라서 생긴 편법인데, 그 편법이 꽤 쓸모 있어진다는 데 있다. 세금과 절차를 피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마피아는 그 틈에 들어와 비용을 받고 신용을 보증한다. 피조가 아깝더라도 더 큰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면 거래 당사자들은 계속 이용하게 될 것 같다.
택배 하나도 도난 걱정이 커지면 포장, 보안, 확인 절차가 다 늘어난다. 사회 전체의 신뢰가 낮으면 평범한 거래에도 이런 추가 비용이 붙는다. 이탈리아의 마피아 문제를 단순히 나쁜 놈들을 잡으면 끝나는 일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는 듯하다. 법보다 폭력이 더 빠르고 믿을 만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마피아는 돼지고기 말고도 어디든 끼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