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대한 지 4개월 된 막내 취사병이 새벽부터 아침밥을 만들고, 쉬지도 못한 채 폭염 속 9.13km 마라톤을 뛰다 숨졌다. 당시 최고기온은 31도, 습도는 약 70%였다고 한다. 취사병이 밥을 하다 바로 달리기까지 해야 했다는 장면부터 너무 이상했다.
더 황당한 건 이 마라톤이 개인의 무리한 행동이 아니라 사단장이 기획하고 지시한 행사였다는 점이다. 전 장병과 군무원이 정해진 시간 안에 완주하고 러닝 앱으로 인증하는 방식이었다. 군기나 체력 단련을 위해 뛸 수는 있다. 그런데 새벽부터 취사 업무를 한 병사에게 휴식 없이 폭염 구보를 시키는 건 훈련 계획이라기보다 그냥 위험을 떠넘긴 것에 가깝다.
같이 뛰던 간호장교가 우연히 발견할 때까지 제대로 응급처치를 할 인력도 없었다고 한다. 앰뷸런스가 아니라 일반 군용차량으로 병원에 옮겨졌고, 결국 병사는 숨졌다. 사고 뒤 경찰에 제출된 조사보고서에는 마라톤을 지시한 사단장이 빠졌고, 유족은 그 부분을 문제 삼아 고소했다. 이 대목은 읽을수록 납득이 안 된다.
그런데 사단장은 바로 직무에서 빠진 게 아니었다. 약 1년 뒤 같은 부대 소속 부사관이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뒤에야 직무배제 조치가 나왔다. 첫 사고에서 책임을 따졌다면 막을 수 있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혐의가 뚜렷한 지휘관을 계속 자리에 둔 채 또 사고가 난 모양새라서, 유족이 느낄 허탈감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군대 기강을 잡기 위한 훈련 자체를 없애자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훈련을 시키려면 누가 언제 밥을 했는지, 기온과 습도가 어떤지, 쓰러졌을 때 누가 어떻게 살릴지부터 계산해야 한다. 남의 자식에게 명령하는 사람일수록 그 계산을 더 꼼꼼히 해야 하는데, 이번 일은 그 기본이 통째로 빠진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