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교하던 7살 아이가 아파트 이삿짐 사다리에 깔려 숨졌다. 사다리차가 11층으로 올라가던 중 넘어졌고, 균형을 잡는 지지대는 양쪽이 아니라 한쪽에만 설치돼 있었다고 한다는 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자료를 읽고도 한참 멍했다. 아침 8시 38분이면 그냥 학교 가려고 집을 나선 시간이었을 텐데, 아이 입장에서는 눈앞에 있던 이삿짐 작업이 죽음으로 이어질 거라고 어떻게 알았겠나.
사다리차 옆에서 내려오는 기둥 같은 장치가 아웃트리거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제대로 알았다. 차량 양쪽으로 지지대를 펼쳐 중심을 잡는 장치인데, 그걸 한쪽만 고정한 채 작업했다는 대목에서 손이 멈췄다. 버튼을 눌러 내리고 올리는 장치라는데, 정확히 어떤 현장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공간이 좁았거나 주변에 장애물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상태라면 작업을 멈추거나 차량 위치를 바꾸는 게 먼저 아니었을까 싶다.
더 무서운 건 나도 사다리차 밑을 지날 때마다 괜히 위를 쳐다보고 빨리 지나갔다는 점이다. 설마 저게 넘어지겠어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한 번씩 상상했다. 실제로 차 자체가 전도돼 아이가 목숨을 잃었다니, 이제 길에서 저런 장비를 보면 예전처럼 무심히 지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다리 위에서 이삿짐을 싣고 사람이 같이 오르내리던 시절을 봤다는 이야기까지 떠올라서 더 답답했다.
안전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이유가 정말 귀찮아서였는지, 공간이나 시간 문제였는지는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 다만 안전을 생략하면 작업은 빨라지고 비용은 줄어들 수 있다는 말이 너무 현실적으로 들린다. 그래서 현장 작업자 한 명에게만 욕을 퍼붓고 끝낼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구조도 문제지만, 그 신분을 숨기려고 운전자가 자신이 모든 작업을 했다고 거짓말했다는 대목은 아이가 숨진 뒤에도 자기들 사정을 먼저 챙긴 것처럼 느껴져 더 참담하다.
이사 한 번 빨리 하려던 일이 한 아이의 등굣길을 빼앗았다. 부모는 평소처럼 학교에 보냈을 뿐인데 집에 돌아오지 못한 아이를 맞게 됐다. 지지대 하나를 제대로 펴는 데 걸리는 시간과, 그걸 아끼다 생긴 결과의 무게가 너무 다르다. 이제 사다리차 옆을 지나갈 때 돌아가는 사람이 유난인 게 아니라는 생각부터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