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을 만난 시민에게 누군지 물었더니 첫 대답이 대한민국 국민이겠지 뭐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인터뷰하는 사람이 이 청년이 누구냐고 다시 물어도 대답은 비슷했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묻자 장화를 신고 있는 청년이겠지 뭐. 여기서 이미 웃겼다. 맞히려는 의지가 없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전부 정답이다.
더 웃긴 건 질문이 점점 구체적으로 들어가는데도 이분의 태도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름을 말하라는 분위기인데 직업 대신 장화를 짚고, 누구냐고 물으니 누구 아들이겠지 뭐 하고 넘어간다. 보통 이런 인터뷰는 모르면 얼버무리거나 엉뚱한 사람을 말하게 되는데, 이분은 아예 틀릴 수 없는 범위까지만 답한다.
특히 뒤에서 아내가 누구냐는 질문에 김태희라고 맞히는 장면까지 붙으니 갑자기 인간 나무위키처럼 느껴진다. 앞에서는 대한민국 국민, 장화 신은 청년, 누구의 아들 같은 답만 하던 사람이 여기서만 정확한 이름을 꺼낸다. 정말 알고 일부러 안전하게 말한 건지, 그냥 아는 데까지만 말한 건지는 모르겠다. 내 생각엔 후자 같아서 더 웃긴다.
이 장면의 재미는 관찰력이 엄청나서 모든 걸 맞힌 게 아니라, 질문하는 쪽이 원하는 답을 끝까지 주지 않으면서도 오답은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는 데 있다. 연예인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인터뷰에 잡히면 이런 식의 그림이 나올 수 있구나 싶다. 모른다고 하지도 않고, 안다고 허세를 부리지도 않는다. 그냥 눈앞에 보이는 사실만 말함.
결국 이분은 연예인 추리 대결에서 이름을 하나도 안 말하고 승리했다. 인터뷰어는 정답을 얻으려고 계속 물었는데, 돌아온 건 대한민국 국민과 장화뿐이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듣고 나면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기술은 나도 좀 배워야겠다. 모르겠는 질문을 받았을 때 누구 아들이겠지 뭐 한마디면 일단 방어는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