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주민 항의로 전기버스 충전소 설치가 멈추자 마을버스가 찜통이 됐다. 승객은 원래 전기차가 안 다닐 때는 시원했는데 오늘은 바람이 약하고 후덥지근하다고 했다. 기사에게 에어컨을 틀었냐고 물었더니 틀고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틀긴 틀었는데 안 튼 것처럼 느껴지는 상태다.
냉방이 제대로 안 된 기간이 한 20일쯤 됐고, 더울 때는 기사 개인 선풍기까지 틀어야 했다는 대목에서 웃음이 안 나왔다. 버스 안 승객이 개인 선풍기에 의지하고 있다는 게 너무 이상해서다. 충전이 안 되니 운행 횟수도 줄어들었다. 전기버스의 장점이 친환경뿐 아니라 에어컨을 제대로 돌릴 수 있다는 데도 있었던 모양이다.
충전소를 막은 쪽의 이유도 나왔다. 화재 위험이 있고 배터리가 중국산이라 걱정된다는 것. 인근 건물주 입장에서는 자기 건물 바로 옆에 시설이 들어오는 게 싫을 수 있다. 설치 위치나 안내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주민들이 아무 설명도 못 들었다면 반발할 만하다.
그런데 결국 그 부담을 떠안은 건 주민들이 아니라 버스 승객과 기사다. 충전소는 사라졌는데 버스 안 온도만 올라갔다. 더구나 한 주민은 아파트에도 전기차 충전소를 만들어놓는데 공공으로 타는 버스에는 왜 안 되냐는 취지로 말한다. 이 부분이 제일 묘했다. 내 집 주차장 충전기는 괜찮고, 동네 버스 충전기는 안 된다는 식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안전 문제를 대충 넘길 일은 아니다. 다만 반대의 결과가 에어컨 약한 마을버스와 줄어든 운행이라면, 누군가는 편해진 대신 누군가는 매일 열탕을 타게 된 셈이다. 충전소를 어디에 놓을지 따지는 것과 버스를 계속 찜통으로 만들지는 말자는 건 별개의 문제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