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거의 평생 산 사람이 아니라, 미국에 1년 다녀온 사람이 한국에 돌아와 미국병 말기까지 갔다. 이 설정부터 이미 웃겼다. 한국어만 쓰면 영어를 다 까먹을 것 같다며 혼자 유노왓암쌩을 하고, 남자친구에게 전화할 때 영어로 하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막상 영어로 통화가 시작되자 아이 스터디드에서 막힌다. 상대가 앤드 댄? 하고 재촉하니까 본인이 먼저 영어를 못한다고 타박하는 장면이 특히 어이없었다. 영어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라기보다, 영어를 쓰는 자기 모습을 유지하려는 사람처럼 보였음.
가격표에 세금과 팁이 붙는다는 얘기, 지역마다 세금이 다르다는 얘기, 시험 때문에 프레셔를 받고 디프레스트하다는 얘기까지 줄줄이 꺼낸다. 한국어 단어가 생각 안 난다는 말도 계속한다. 이 정도면 주변 사람들은 미국에 오래 살다 온 사람으로 받아들였을 것 같다. 나라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을 듯하다.
그러다 H.O.T 캔디를 보고 초등학교 때 장기자랑 얘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뒤집힌다. H.O.T를 잘 모르는 이유가 미국에 거의 평생 살아서였다는 고백이 나온다. 알고 보니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1년 한 사람이 미국에서 세 살 때부터 산 사람처럼 굴고 있었던 것. 지금까지의 꼴값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순간이라 본인 입장에서는 진짜 숨고 싶었을 것 같다.
그런데 강제 완치된 줄 알았더니 훗날에도 한 방이 남아 있다. 미국 친구가 한국에 오자 남편이 영어를 잘 못 알아들을 수도 있다고 하니까, 그제야 자기 영어를 계속 브로큰 잉글리시로 듣고 있었냐며 화낸다. 본인은 미국병이 끝났다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주변 사람들 머릿속에서는 처음부터 영어가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부부 대화는 다음에도 계속 놀릴 거리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