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데이트 상대를 얼굴만 보고 알아본 남자가, 6년 전 자기 블로그에 응원 댓글을 남겼던 사람을 다시 만난 장면이 나왔다. 처음엔 그냥 닮았다고 생각했다는데, 봉투에 적힌 글까지 읽고 나서는 확신에 가까워졌던 것 같다.
김선호 씨는 군 복무 중 혈액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첫 글에는 스물두 살 군인으로서 치료 과정과 앞으로의 기록을 남겨보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 글에 예지 씨가 군대에서 투병 중이라니 마음이 아프다며 완치까지 응원하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댓글 하나가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글쓴이 입장에서는 수많은 응원 중에서도 첫 댓글을 남긴 사람이었고, 시간이 그렇게 지나도 기억하고 있었다. 예지 씨는 댓글을 쓴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 듯한데, 선호 씨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계속 아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고 한다는 식의 설명 없이도 장면 자체가 꽤 묘하다. 한쪽만 알아본 상태였던 셈이다.
더 놀라운 건 제작진도 이 연결을 몰랐다는 점이다. 비밀 댓글이라 선호 씨가 혼자 알고 있었고, 첫 데이트 선택 날 예지 씨를 보자마자 선택했다. 예지 씨는 그냥 마음에 들어서 골랐는데, 둘이 함께 데이트를 나가게 됐다. 한 사람에게는 오래전 기억의 확인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첫인상에 가까웠던 시작이다.
연애 프로그램에서 이런 서사가 나오면 보통 누가 일부러 짠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건 오히려 너무 사소한 기록에서 출발해서 더 이상하다. 투병일기에 남긴 짧은 댓글 하나가 몇 년 뒤 데이트 선택으로 이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선호 씨가 그때 예지 씨를 조용히 챙겼다는 부분까지 붙으니, 이건 첫 만남이 아니라 뒤늦게 이어진 두 번째 만남처럼 느껴진다.